
‘옥탑방’이라는 미국 도색 잡지에 실린 나체 사진의 일부 <위키미디어>
입소 후 두 번째로 맞는 주말이었다. 요새 밖으로의 외출(Pass)[패쓰]은 다음 주말부터 허용될 예정이었다. 주말이라 군사 훈련은 없었지만, 보애즈 교관의 막사 검열(Inspection)[인스뻭션] 때문에 그에 대한 준비를 하느라고 다들 약간 부산하게 움직였다. 워낙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를 만족시켜야 되는 현실이었기에, 항상 행하는 청소와 정돈이지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두 켤레의 군화(Boots)[부웉즈]와 한 켤레의 단화(Dress Shoes)[드레쓰 슈즈]가 반들반들하게 잘 닦여져 있는 것은 기본이었고, 개인 사물함인 철제 장롱의 안팎에 먼지도 하나 없어야만 했다. 침대 위의 흰색 침대보와 갈색 담요도 언저리(Edge)[에지]가 따악딱 잘 접혀 들어가서 탱탱하게 당겨진 표면을 유지해야 했고, 심지어는 서랍 속의 속옷과 양말도 깔끔히 개켜져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속옷(Underwear)[언더’웨어’]이란 상의든 하의든 간에 흰색으로 된 면(Cotton)[캍은]의 뭉툭한 특성 때문인지 아무리 제대로 접어서 가지런히 놓아도 역시 보기가 좀 흉하게 들쭉날쭉인 것이 사실이었다. 김문석은 문득 ‘오늘은 뭔가 삼빡한 것을 보애즈 교관에게 살짝 보여주리라’고 작심했다. 고국에서의 공수 훈련 도중에 그냥 귀동냥으로 들은 풍월 하나를 슬쩍 써먹기로 했다.
비결은 간단했다. 같은 크기의 네모난 편지지 여러 장을 반으로 접은 다음에, 그것들을 하나하나 빳빳한 심지로 사용하여서 마치 김밥을 말듯이 차근차근 그 많은 속옷들을 차례로 두울둘 말았다. 삼각 속옷 하의(Panties)[패니즈]나 사각 속옷 하의(Boxer Shorts)[박써’ 쇼’옽즈]와 더불어 속옷 상의(Undershirt)[언더’셔’엍]도 각각 일정한 크기로 말려졌다. 썰지 않은 새하얀 줄김밥 같았다.
그것들을 네모난 장롱 서랍 안에 차곡차곡 쌓고 나니까, 보기도 좋았지만 왠지 기분도 삼삼했다. 게다가, 동그랗게 말려진 산뜻한 꼴이 흩어지지 않도록 이음새 부분에는 투명한 끈끈띠(Scotch Tape)[스까치 테잎]까지 조금씩 잘라 살짝살짝 발라서 나름대로의 빈틈없는 끝마무리까지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반쯤 열린 서랍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던 보애즈 교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네 그거 어떻게 한 건가, 김군?”
(How’d you do it, Kim?) [하 쥬 두 잍, 킴?] <how’d = how did>
“당신이 직접 하나를 까보지 않겠습니까, 교관님?”
(Why don’t you open one yourself, sir?) [와이 돈 쭈 오우쁜 원 유어’쎌ㅍ, 써’?]
예상했던 대로, 자신의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두울둘 말려진 속옷 하나를 집어 열어 힐끗 보고 나더니, 감탄한 듯이 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까지 앞뒤로 조금 끄덕였다. 물론, 보애즈 교관으로서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무진장 간단하면서도 기발한 속옷 정리 방법이었던 모양이다. 이윽고, 김밥말이 속옷에 대한 보애즈 교관의 즉석 강의가 시작되었고 간단한 시범까지도 있었다.
급기야는 보애즈 교관의 명령에 의하여 소대원 전부가 길게 줄을 서서 흡사 성지 순례를 하듯이 그의 서랍 속을 찬찬히 들여다 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장롱 곁에 부동 자세로 서있는 그로서는 대책도 없던 고문관의 시름도 잠시 잊고 뭔가 쬐끔 뿌듯하기도 했지만, 그깟 속옷이나 잘 접어서 아무런 실속도 없는 칭찬을 받다니, 요상한 구경거리까지 되다니, 실은, 참 쪽팔리는 순간이었다.
여하튼, 그 작은 속옷말이 소동으로 인하여, 그는 다시금 화제의 대상이 된 것이 거의 틀림없었다. 주말 내내 이 녀석 저 녀석 시도 때도 없이 스멀스멀 말을 걸어 왔다. 새삼, 친구하자는 눈치였다. 물론, 그 친구들이 끊임없이 주절주절 해대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만국의 공통 언어인 손짓 발짓으로 일대일 의사소통에는 별로 큰 지장이 없었다. 흥미로운 체험이었다.
하여,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신선한 문화적 충격(Cultural Shock)[칼추럴 샼]을 느끼는 순간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왕성한 혈기 탓인지, 무조건 은밀해야만 된다고 고국에서 막연하게 배웠던 성(Sex)[쎅쓰]에 관한 그들의 솔직담백한 태도는 무척 진하게 다가왔다. 잠지(Penis)[피너쓰]와 같은 성기(Sexual Organ)[쎅쓔얼 오’건]의 명칭도 대놓고 말하는 관습은 훨씬 더 인간적이었다.
알고 보니, 양쪽으로 갈라져서 앞쪽으로 열리는 철제 장롱의 여댣이 철문의 안쪽면은 두 개가 다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완전한 자유 공간 같았다. 더러는 볼품없는 달력을 걸어 놓았지만, 대개는 흔하게 굴러다니는 도색 잡지(Dirty Magazine)[ㄷ어’리 매거지인]의 맨 가운데에 여러 번 꼬옥꼭 접혀져 있는 길다란 부분(Centerfold)[쎄너’포울ㄷ]을 뜯어낸 적나라한 나체 사진을 걸어 놓았다.
그 나체 사진(Porn Picture)[포’온 픽처’]들은 대부분 강도가 무지 셌다. 고국의 여성 연예인들이 그저 눈먼 큰돈이나 쉽게 벌면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벗는 둥 마는 둥 하며 심오한 음부는 교묘히 빗겨 나간 것과 같은 그런 밋밋한 사진들이 결코 아니었다. 각양의 봄지(Pussy)[푸씨]와 각색의 음모(Pubic Hair)[퓨빅 헤어’]가 다 쫘악 벌어져 노출되어 있었다. 무모도 상당히 많았다.
종점 도달 경험은 커녕, 여친의 손도 제대로 잡은 기억이 없던 그 당시의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는 기가 찬 사진도 보았다. 다정스럽게 대화하던 한 백인 친구가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의 두툼한 가죽 지갑(Wallet)[월렡]을 꺼내 열더니, 가운데의 투명한 네모 칸에 고이 간직되어 있는 진한 나체 사진(Nude Photo)[누욷 포로] 하나를 선뜻 보여주었다. 완전히 벗고 벌리고 있었다.
연애 편지(Love Letter)[러ㅂ 레러’]와 함께 왔는데, 자신의 애녀(Girlfriend)[ㄱ’얼프렌ㄷ]가 엄청 예쁘지 않느냐고 너스레도 떨었다. 여친 스스로 벗고 찍어 남친에게 보내는 것도, 친한 친구에게 보여주는 것도, 모두 까리한 미국의 풍속도였다. 여자가 알몸 사진을 휴대 전화(Cell Phone)[쎌 포운]로 보냄으로써 남자를 사로잡는 최근의 성신(性信)(Sexting)[쎅쓰팅]과도 같은 맥락이었다.
미군 돌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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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김의 미국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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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으로 옮기는 언어 사랑
볼드체 = 고딕체 = 딴딴체 = 새로운 한글 단어
[ 딴딴체 + 삐딱체 + 보통체 ] = 영소한표 = 영어의 소리 한글 표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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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김의 농담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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